나 홀로 단풍여행 후기

나 홀로 단풍여행 후기
나 홀로 단풍여행 후기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철마다 동창분들, 계모임분들과 들로 산으로 다니시는 엄마가 이해가 간다. 자연은 이것이 한창일 때 즐겨주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지난 2주 간은 정신이 없었다. 중국 출장 자료 준비에, 갑작스럽게 진행하게 된 해외 판권 구매껀, 거기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일까지 복잡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월요일 하루를 오프 내고 다녀온 2박 3일간의 단풍여행이 더 값지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오후, 27일이 단풍 절정기라 표시된 유명한 산은 네 곳. 가는 길에 온천이 있다는 이유로, 도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는 계룡산을 목적지로 정했다. 원래 목적지만 정해 놓고 교통편이 되는 대로 물어물어 가는 스타일이라, 언제나처럼,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서울역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세종시로 이사 간 예전 울회사 막내가 생각나 카톡을 때렸다. 동생 말에 의하면, 유성 역이 따로 있으니, 고속버스를 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남 센츄럴로 급방향을 틀어 신세계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그 동생이 좋아하던 할리피뇨 핫도그와 플레인 프레즐을 사들고 표를 사러 갔다. 차가 출발하려면, 아직 30분이 남았기에 근처 커피숍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나는 터미널이나 역에 오는 것이 좋다. 떠나는 자의 흥분과 도착하는 자의 편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록, 내 옆에는 이 커다란 배낭뿐이지만 말이다.

유성역 도착

유성역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운 밤이었다. 토요일 밤 8시 인데도 거리가 썰렁했다. 성격 나빠질까 봐, 역 앞의 만두가게에서 고기만두를 시켰다. 아저씨가 15분 기다리랜다. 거기는 주문이 들어와야 바로 찌는 시스템이란다. 주인아저씨의 그 고집과 자부심이 맘에 들어서 15분을 기다렸다. 만두는 일반 만두보다 약간 컸고, 속이 약간 심심한 듯해서 좋았다. 당면도 많고. 유성구에는 호텔과 모텔이 많은 거 같다. 그중에서 천연 온천수를 자랑한다는 모텔 같은 호텔에 들어갔다. 체크인을 하고 올라가려는데, 후디를 푹 눌러쓴 나에게 직원분이 감사하게도 몹쓸 멘트를 날리신다. "미성년자 아니죠?" 준비해 간 쏠트를 욕조에 풀고 바쓰를 했다. 언제나처럼 엄마한테 호텔 이름과 호수를 문자로 남기고 잠을 청한다. 문득, "음. 이 호텔, 방음이 잘 되어 있군. "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의 협박에 못 이겨 막내가 나와 줬다. 막내의 손에는 심플하지만, 예스러움이 살아 있는 도자기 냄비가 들려 있었다. 아침에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갖다 주라고 하셨단다. 어머님께서도 나랑은 죽이 잘 맞아 나와 단짝이던, 나보다 13살이나 어린, 새로운 걸 시도하기 좋아하는 이 엉뚱한 녀석을 아끼는 내 마음을 눈치채셨나 보다.

계룡산 도착

막내와 순댓국을 먹고 계룡산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계룡산 단풍축제가 한창이어서 그런지, 산 입구에는 사람도 많고, 먹을거리, 놀이거리도 엄청 많았다.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계룡산을 내려와서는 KTX를 타고 한정식을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광주로 향했다. 8시가 넘어 도착한 일요일 밤의 광주역사 앞 길거리에는 진짜 사람이 없었다. 서둘러 인터넷으로 봐 둔 모텔로 향했다. 마침, 가는 길목에 대형 감자탕집이 있어 들어갔다. 뼈에 살이 너무 안 붙어 있어서 살짝 맘 상했다. 깍두기가 맛있어서 봐준다. 9시가 다 되어 모텔에 짐을 풀자마자, 외국 드라마를 다운로드하였다. 금요일 퇴근 2시간 전에 월요일까지 급하게 제안서를 만들라는 대표님 명령에, 저 쉬는데요 할 수가 없었다. 마침, 예전에 아우트라인 만들어 놓은 것도 있으니, 두어 시간 일하면 되겠지 했는데, 이거 이거 장난이 아니다. 모텔 컴퓨터엔 포토샵도 없는지라, 아침부터 짐을 싸들고 나와 PC방에 갔다. 얼른 마치고, 기차역 보관함에 배낭을 던져두고, 원피스에 구두로 갈아 신고 광주 번화가를 누벼주리라 했는데 제안서 완성해서 대표님께 보내고 나니 저녁 6시 30분이었다. 대충 못 하겠는 성격을 탓하지, 누굴 탓하리오. 이렇게 해서 광주는 구경도 못하고 저녁도 못 먹고 서울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나는 다짐해 본다. 조만간, 반드시 내 광주에 다시 와서 한정식을 먹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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