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제주도 여행(렌터카와 함께)

혼자 하는 제주도 여행(렌터카와 함께)
혼자 하는 제주도 여행(렌터카와 함께)

지난봄에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참고로 여자 혼자 그것도 초보인 주제에 렌트를 해서 섬을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답니다.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내가 정말 제주에 왔구나 하고 실감이 나게 해 주더군요. 그래도 언제 또 혼자 여행해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봅니다. 우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찾고 렌터카를 찾으러 갔습니다. 참고로 전 **렌터카를 이용했습니다. (모닝 lpg고요) 저와 2박 3일을 같이해준 고마운 모닝 군 이시랍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서울로 돌아오긴 했지만 초보인 임시 주인 때문에 엄청 고생했죠. 주차하고 났는데 차가 슬슬 굴러가서 보니까 기어가 P가 아니 D에 가있고 싸이드 브레이크(?)를 올린 채로 핸들을 무리해서 돌리기도 하고, 유독 눈에 안 들어오던 방지턱을 몇 번이고 전속력으로 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전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첫째 날 여행기

첫 번째 방문지는 곽지해수욕장입니다. 아직은 뭔가 정리되지 않은 작은 해수욕장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굉장히 분주하게 공사 중이더군요. 포클레인은 계속 뭔가를 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한 바닷가였습니다. (솔직히 인적이 드문 곳을 찾기 위해 제일 먼저 선택된 곳이기도 합니다. ) 사이사이 간식으로 먹어도 좋겠다 싶어서 황금륭 버거에서 1/2짜리를 포장했습니다. 점점 어두워지는 관계로 초보운전에 밤 운전을 피하고 싶던 터라 숙소가 있는 외돌개로 쐈습니다. 가는 동안은 내비게이션으로 숙소 주소를 찍어놓고 가는 길 사이사이 표지판에 '해안도로'라고 보이면 무조건 핸들을 돌려댔습니다. 덕분에 한가로이 운전할 수 있었고요. 서귀포에 있는 *-MART에 들러서 간식거리와 지인들의 선물이 백년초와 감귤초콜릿. 그리고 나의 친구 와인 1병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숙소에 들어오니 갑자기 외로움이 엄습하기는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잠버릇이 험한 터라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하고 좀 저렴한 펜션을 혼자 이용하다 보니 저녁엔 좀 외롭습디다. 그냥 와인 한잔 하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둘째 날 여행기

둘째 날 아침일찍부터 서둘러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도를 그리 여러 번 가보고 산방산도 여러 번 가봤으면서 어찌 이곳을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제주도스럽고 가장 화산섬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어찌하여 제가 이곳을 안 가본 건지 모르겠네요. 정말 장관에 입이 떡 벌어진다는 식상한 표현이 가장 적절한 거 같습니다. 저의 제주 앓이를 한껏 보태주게 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 현장입니다. '불란지 펜션'이지요. 왠지 드라마 주인공들이 그 안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집이 너무 예쁘더군요. 그러나 이때 이후부터 저의 운짱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날 오후 1시 출발이라 다음날은 거의 다른 스케줄을 잡을 수 없던 저는 갑자기 두모악에 필이 꽂혔습니다. 나중에 숙소에 들어가서 보니 완전 제주도의 반을 돌았더군요. 그곳에서부터 두모악까지 네비로 1시간 20분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뭐 가면 더 좋을 거다 싶어서 그냥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가는 중간중간 중문 해수욕장을 한 번 들리기도 하고 뭐 들릴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들리기로 했지만 그래도 역시 무리한 스케줄이었더군요. 두모악 안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앞에 정원에 있는 동상 중에 동백꽃과 아주 잘 어울리는 녀석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김영갑 님의 작업실 앞에 붙어있던 안내문이 왠지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선생님이 쓰시던 작업실입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선생님만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제자분이 쓰셨다는 안내문인데 왠지 김영갑 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히 묻어나 있는 멘트 같더라고요. 그곳에 가는 동안 너무너무 멋진 벚꽃길을 만났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나 전 유채꽃보다는 벚꽃을 더 좋아한답니다. 아무도 없는 길에 이렇게 예쁜 벚꽃이 오직 나만을 위해 피어있는 길을 운전해 가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정말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해~~'라는 말이 흘러나오더군요. 봄의 제주는 꽃들의 향연입니다. 중간중간 해안도로가 보이면 무조건 핸들을 돌린 건 역시 마찬가지고요. 돌아오는 길에 표선 해수욕장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닷물이 발 담그고 바위에 붙어있는 소라 같은 것을 잔뜩 땄다가 다시 놔주기도 하고 모래에 괜히 이름 써보기도 하였습니다. 저녁으로 숙소 근처인 천지연 폭포 근처의 작은 횟집에서 회를 포장해서 들어와 맛나게 먹고 이른 취침을 했습니다. 제주도에 *둥이 횟집이 유명해서 저도 거길 가볼까 했는데 일단 찾아가는 길이 너무 험난했습니다. 가게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에 있는 데다가 워낙 유명해서 주차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더더욱 절망이었던 것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회는 없습니다. 기본반찬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기 가격대도 너무 높고 양이 너무 많아 전 포기했답니다. 만약 초보운전인데 그곳을 스케쥴에 넣어놓으신 분들은 다시 생각해 보실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보는 바입니다.

마지막 날 여행기

마지막 날은 카메라의 방전으로 인해 이렇다 할 사진은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성산일출봉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정상까지 가는 건 포기하고 거의 주차장에서 입구 근처에서만 조금 놀다가 오조 해녀의 *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전복죽을 한 그릇 다 비우고 2개는 포장해서 서울로 가져왔습니다. 그 후 저희 엄마가 찐빵을 좋아하시는 관계로다가 덕인당을 갔습니다. 하지만 조천에 있는 덕인당을 고생 고생해서 찾아갔건만 둘째 넷째 월요일은 쉬신다고 하시네요. 그러나 2호점은 문을 연다는 안내문에 2호점으로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만원 어치를 사고 렌트가를 반납하였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을 다들 왜 혼자가냐는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건 혼자 안 가본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약간의 외로움과 커다란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전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는 걸어서 제주를 (올레길) 둘러볼까 싶지만 아무튼 혼자 가는 여행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도전도 안 해보고 미리 겁내고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큰 교훈이었습니다. 역시 언제 가도 반겨주는 제주도는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을 만큼 정말 푸근했습니다. 언젠가 제주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꿈 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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